2007
4월 18일 맞아도, 죽여도 혼자인 것보다 나아
eunic
2007. 12. 17. 19:07
종로 스폰지하우스에서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라는 일본영화를 봤다.
제자, 작가, 작가의 라이벌, 기둥서방 등의 다양한 애인들로 인해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 '마츠코'의 탄생과 죽음까지의 과정을 그려낸 영화다.
마츠코가 떠난 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고귀한 사랑을 보여줬다며
마츠코를 애달프게 찾아헤매는 남자들도 있었지만 나는 보는 내내 슬펐다.
왜냐먄 마츠코가 한 말이 내 가슴을 파고들다 못해 박혀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맞아도, 죽여도 혼자인 것보다 나아."
영화 내 어머니의 모든 것에서도 아들도 잃고 남편도 없어진 외로운 여자는
"여자는 혼자라는 게 두려워서 뭐든 받아들이지"라고 한 말과 어쩜 똑같은지.
이 말은 마츠코의 착한 성품이 곧 어디에서 만들어졌는가를 알 수 있게 한다.
사랑받지 못했던 기억, 외로움은 무자비한 폭력도, 잘못된 요구도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가 슬프고 우울했던 건 내 지금의 상황을 볼 때
마츠코처럼 외롭움에 지쳐 쓸쓸히 죽어갈 내 미래가 그려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