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3월 24일 전쟁은 이렇게 수행된다

eunic 2007. 12. 17. 18:06

일본인들은 전쟁 때 패전의 기색이 짙어오면 포로가 되기 전에, 적군에게 죽기 전에

스스로 칼로 배를 찌르는 할복자살을 하거나 수류탄을 터트려자살을 했다고 전해진다.

인간이 생존본능을 거스르며 죽음을 택하는 행동에 대해

나는 '남성'만이 생각할 수 있는 논리라고치부했었다.

남성들의 웃긴 자존심이 자살을 생각해냈다고 생각해왔다.

sbs스페셜 <노르망디의 코리안>이라는 다큐는

내 오랜 편견을 수정하는 계기였다.

자살을 선택해야 했던 사람들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볼 수있었는데,

그들은 생물학적 생존이 아니라 사회적 생존을 택했다고내 생각을 수정하게 되었다.

포로로서 삶의 위치를 받아들인 사람은 자신의 목숨은 그 순간 건지지만

남아있는가족의 목숨은 끝난다는 걸 알고있다.

가정의 존재 하에 아버지가 되고, 아들이 되고, 집안의 가장이 되는 남자들에게

포로가 되어 가족이 몰살당하는 일은 자신의 위치와 좌표를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

자신은 가족의 구심이며, 중심인 가부장적 인식체계를 공고히 주입한 국가(세계)에서는

전쟁 출정시 항복하거나 포로가 되는 일은남은 가족의 몰살이라고 위협하는 국가에 대해서

남자들은 반란을 일으키거나 반발하지 않는다.

반대로 '가족의 몰살'이라는 그 말 자체가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비장감을 더하는 주문이 된다.

전쟁은 이렇게 수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