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아랍사람이었다면....
남자라는 존재가 나에게 따뜻한 위로를 한다.
영수 선배 이후로 참 오랜만이었다.
그가 나 때문에 흘리는지, 지난날 그의 이야기를 하다 감정에 취했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붉어진 눈가를 본 순간... 위로가 됐다.
그래, 같이 아파해주는 것 그 이상으로 더 큰 위로란 없지.
남자에게 너무나 인색한 나는 그 붉어진 눈가가 잊혀지지 않았다.
내 마음이 녹아버렸다.
중간에 일을 다짜고짜 안하겠다는 나를 설득하려 하지 않았다.
대신 잘못된 것이나 부당한 것에 결벽증적인 성격으로
내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잃어버리게 될까봐 내 미래만을 걱정했다.
자신의 일이 어떻게 되는 건 나중 문제인 듯이.
나를 항상 아껴주고 생각해주었다.
내 재능을 어떻게 하면 키워줄까 매일 나를 혼냈던 사람.
그냥 아빠 같았던 사람.
나이 많은 남자는 항상 어려웠었는데, 그걸 극복하게 해준 사람.
그냥 무성적인 존재였었는데, 좋은 사람이기만 했었는데....
그날 그가 내 남은 생을 함께 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왜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좋은 사람과
결혼을 하는지도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다.
바람의 화원에서 왜 신윤복이 김홍도를 사랑하는지 알 것도 같다.
며칠 뒤,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아마 그가 아랍사람이었다면 **씨를 부인으로 거뒀을 거야.
그만큼 **씨를 생각해.
그 말을 들은 순간 표현이 너무 재밌어 웃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정말 그가 나를 아껴주었던 게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렇게 느꼈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고맙다고 말했어야 했는데,
나는 대못 박고 나왔구나. 미안한데 이 얄팍한 자존심 때문에
전화를 못하고 있다. 내년에 해야지.
그가 혹시 내 미안해하는 마음을 슬쩍 보고 가길 바라면서 여기에 쓴다.